배달라이더 근로자성 첫 인정 서울고법 판결과 근로자 추정제 입법 공백
배달라이더 한 명이 미지급임금 1974만9931원과 복직 때까지 매달 293만3158원을 받게 됐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8-1부(재판장 이지영)가 2026년 7월 3일, 배달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첫 판결을 선고하면서입니다. 이 라이더는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으로, 2021년 12월 6일자 계약해지를 다퉈 왔습니다.
다만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판결은 항소심 판단이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같은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두고 1심은 원고 패소로 기각했다가 항소심이 뒤집었습니다. 아래에서 판결이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 그리고 이런 판단이 왜 아직도 법이 아니라 개별 소송에 맡겨져 있는지를 나눠서 정리하겠습니다.
서울고법은 무엇을 판단했나
핵심 사실만 추리면 이렇습니다. 서울고법 민사38-1부는 2026년 7월 3일, 문제의 계약해지를 무효인 해고로 판단했습니다.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본 것입니다. 그 결과 사용자에게 미지급임금 1974만9931원과 그에 대한 지연이자, 그리고 라이더가 복직할 때까지 매달 293만3158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배달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정면으로 인정한 첫 항소심 판결입니다.
주목할 지점은 1심과 결론이 정반대라는 사실입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기각했는데, 항소심이 같은 사실관계를 다시 보고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일을 했는데도 법원 안에서조차 판단이 갈렸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다른 하급심에서는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사례도 있어 "법원이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판결은 아직 확정 판례가 아니라 하나의 항소심 판단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 구분 | 판단 | 결과 |
|---|---|---|
| 1심 | 원고 패소(기각) | 근로자성 불인정 |
| 항소심(서울고법, 2026.7.3) | 계약해지를 무효인 해고로 판단 | 미지급임금 1974만9931원·지연이자, 복직 때까지 월 293만3158원 |
| 이후 | 대법 상고·확정 여부 미확인 | 확정 아님 |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정반대로 갈렸다. 같은 노동을 두고 법원의 판단이 나뉘었다는 뜻이다.
계약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통제
법원이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은 계약서에 적힌 이름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시행일 2025년 10월 23일). 여기서 중요한 말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입니다. 계약서에 '개인사업자'나 '위탁'이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노동을 제공했다면 근로자로 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봅니다.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취업규칙이나 배차·관리 시스템의 지휘·감독을 받는지, 보수가 노동 자체의 대가인지 같은 요소를 종합해 사용종속관계가 있는지를 따집니다. 사용종속관계란 일하는 사람이 사용자의 지시와 통제 아래 놓여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번 라이더 판결도 이 틀에서 종속성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선 흐름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4년 7월 25일 선고한 2024두32973 판결에서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다툰 행정소송이고 이번 배달라이더 사건은 해고무효와 임금을 다투는 민사소송이라 소송 구조가 다릅니다. 두 판결을 "같은 판결"로 묶을 수는 없습니다. 공통점은 결론의 논리, 즉 종속관계가 인정되면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근로자로 본다는 점입니다.
계약서의 이름이 아니라 지휘·감독, 임금의 대가성 같은 실질이 근로자성을 가른다.
왜 매번 개별 소송이어야 하는가
여기서부터는 사실에 대한 저희의 평가입니다. 위 판결이 반갑기는 하지만, 구조를 보면 마냥 반길 일이 아닙니다. 한 라이더가 근로자로 인정받기까지 계약해지가 있었던 2021년 12월부터 항소심 선고인 2026년 7월까지 4년 반 넘게 걸렸고, 그나마 1심에서 한 번 졌습니다. 개인이 몇 년치 소송을 감당해야 겨우 얻어내는 지위를, 일하는 사람 대다수는 애초에 다툴 엄두조차 내기 어렵습니다.
규모를 보면 문제의 크기가 드러납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2023년 플랫폼종사자 실태조사」(2024년 8월 발표)에 따르면 플랫폼종사자는 2023년 기준 88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11.1% 늘었고 이 가운데 배달·운전 종사자만 48만5000명입니다. 정부가 보호 대상으로 잡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더 넓게 144만 명에 이릅니다. 이 수치들은 모집단이 서로 다르지만 어느 쪽으로 세도 수십만에서 백만 단위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근로자성은 지금도 각자가 법원에서 개별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저희는 이 구조 자체가 노동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입법 공백이라고 봅니다.
| 통계 | 규모 | 모집단 |
|---|---|---|
| 플랫폼종사자 | 88만3000명 (2023, 전년 대비 +11.1%) | 플랫폼 매개 노동 |
| 배달·운전 종사자 | 48만5000명 | 위 중 배달·운전 |
|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 144만 명 | 정부 보호 대상(넓은 개념) |
세 수치는 모집단이 달라 그대로 더할 수 없다. 다만 어느 기준으로 세도 규모가 크다.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이 공백을 메우려는 입법 움직임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고, 시행되지도 않았습니다. 김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안번호 2215572, 2025년 12월 24일 발의)은 제104조의2를 신설해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이 법과 관련한 분쟁 해결에서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것은, 다투는 상대방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본다는 뜻입니다. 지금처럼 일하는 사람이 자기가 근로자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반대쪽으로 옮기는 장치입니다. 이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비슷한 취지의 이강일 의원안(의안번호 2220163, 2026년 7월 24일 발의)도 함께 계류돼 있습니다.
정부도 방향을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업무보고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144만 명을 보호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과 '노동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원문상 추진 시기는 2026년 상반기). 다만 이 기본법이 실제로 국회에 발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것은 정부가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까지이고, 법으로 확정된 단계가 아닙니다. 따라서 지금 라이더나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곧바로 적용되는 새 제도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둡니다.
추정제 개정안과 기본법은 모두 발의·추진 단계에 있고, 통과·시행 전이다.
반대 논거와 반박
근로자 추정제와 기본법에는 반대 논거가 있습니다. 가장 강한 형태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첫째, 플랫폼 노동을 근로자로 폭넓게 추정하면 사업자가 부담하는 4대 보험료와 퇴직금·수당 비용이 커져 일자리 자체가 줄고 결국 라이더에게 돌아갈 일감이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배달·운전 종사자 상당수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하는 자율성을 이유로 이 일을 선택했는데, 일률적으로 근로자로 묶으면 그 유연성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 우려는 근거 없는 트집이 아니라 진지하게 검토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다음과 같이 봅니다. 비용 우려는 '보호냐 일자리냐'라는 이분법으로 흐르기 쉽지만 이번 판결이 보여준 것은 종속적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이미 사용자의 통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통제는 그대로 두고 책임만 지지 않는 구조가 유지되면, 그 비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개인에게 전가될 뿐입니다. 자율성 논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정제는 자율적으로 일하는 사람까지 강제로 근로자로 만드는 제도가 아니라, 다툼이 생겼을 때 입증 부담을 누가 지느냐를 조정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종속성이 없다면 사업자가 이를 증명해 추정을 깨면 됩니다. 그래서 유연성을 원하는 노동과 보호가 필요한 노동을 실질 기준으로 가려낼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서 부작용을 줄이는 일은 국회 심사에서 따져야 할 몫입니다.
추정제의 핵심은 근로자로 강제 편입이 아니라, 다툼이 생겼을 때 입증 부담을 옮기는 데 있다.
근거와 참고
- 근로기준법 제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 근로자 정의, 시행일 2025.10.23
- 대법원 2024두32973 판결 (2024.7.25 선고) — 타다 운전기사 근로자성 확정(행정소송)
-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2215572 (2025.12.24 발의) — 김주영 의원 대표발의, 제104조의2 근로자 추정 신설
-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2220163 (2026.7.24 발의) — 이강일 의원 대표발의
-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2025.12.11 등록) — 2026년 업무보고, 노동자 추정제·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추진
-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 「2023년 플랫폼종사자 실태조사」(2024.8 발표) — 플랫폼종사자 88.3만·배달운전 48.5만
- 서울고등법원 민사38-1부 2026.7.3 선고 판결 관련 보도 — 배달라이더 근로자성 첫 인정(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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